[사회복지법제와 실천]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이전 법인 생활보호법과의 차이를 사회보장수급권의 입장에서 논의하시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생활보호법의 사회보장수급권 비교분석
1. 서론
한국의 공공부조제도는 2000년 10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을 기점으로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경험했다. 1961년부터 시행된 생활보호법이 '시혜적 구제' 성격이 강했다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권리로서의 사회보장'이라는 새로운 철학을 도입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법률 개정을 넘어서 사회보장수급권의 본질적 전환을 의미한다.
사회보장수급권은 국민이 국가에 대해 최저생활을 보장받을 권리를 의미하며, 이는 사회권의 핵심 요소로서 현대 복지국가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본 연구는 생활보호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간의 차이를 사회보장수급권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러한 변화가 사회복지실천에 미친 영향을 고찰하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2.1 사회보장수급권 이론
사회보장수급권은 마샬(T.H. Marshall)의 사회권 개념에서 출발한다. 마샬은 시민권을 시민적 권리, 정치적 권리, 사회적 권리로 구분하며, 사회적 권리를 "사회에서 통용되는 생활수준에 따라 문명화된 존재로서 살아갈 권리"로 정의했다. 이러한 사회권은 국가의 적극적 급부를 통해 실현되며, 개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권으로서 성격을 갖는다.
사회보장수급권의 법적 성격은 크게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로 구분된다. 추상적 권리는 헌법상 보장되는 선언적 권리로서 국가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이며, 구체적 권리는 개별 법률에 의해 구체화되어 법정요건을 충족한 개인이 국가에 대해 직접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이러한 구체적 권리성을 강화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2.2 공공부조의 권리성 발전 이론
에스핑-안데르센(G. Esping-Andersen)의 복지체제론에 따르면, 복지국가의 발전은 잔여적 복지에서 제도적 복지로의 이행과정으로 이해된다. 잔여적 복지는 가족과 시장이 실패했을 때만 국가가 개입하는 최후의 안전망 개념이며, 제도적 복지는 사회보장을 시민의 기본권으로 인식하여 보편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한국의 생활보호법은 전형적인 잔여적 복지모델의 특징을 보였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제도적 복지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에스핑-안데르센의 이론적 틀만으로는 한국 사회의 독특한 맥락, 특히 급속한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나타난 복지정치의 특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3. 현황 및 문제점 분석
3.1 법률상 권리성의 차이
| 구분 | 생활보호법 | 국민기초생활보장법 |
|---|---|---|
| 법적 성격 | 시혜적 구제, 은혜적 급여 | 권리로서의 급여, 법적 권리 |
| 급여 신청권 | 본인 신청 불가, 직권보호 원칙 | 본인 및 친족 신청 보장 |
| 이의제기 | 불복절차 미비 |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 |
| 급여의 성격 | 자선적 시혜 | 법정 급여 |
생활보호법 하에서는 수급권자가 아닌 '생활보호대상자'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시혜의 객체임을 명확히 했다. 반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수급권자'라는 용어를 통해 권리의 주체성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용어 변경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3.2 수급자 규모 및 급여 수준 변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 이후 수급자 규모는 크게 확대되었다. 2000년 생활보호법 폐지 직전 생활보호대상자는 약 68만 명이었으나, 2001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 1년 후에는 약 148만 명으로 증가했다. 2023년 기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약 223만 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인구의 약 4.3%에 해당한다.
급여 수준 또한 최저생계비 개념 도입으로 객관화되었다. 생활보호법 시기에는 현물급여 중심의 자의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현금급여를 원칙으로 하고 최저생계비에 근거한 차액급여 방식을 채택했다. 2015년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으로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가 각각의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을 갖게 되면서 권리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3.3 현실적 한계와 문제점
그러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권리성 강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족부양 우선 원칙을 유지하여 실질적 수급권 행사를 제약하고 있다. 2021년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이 대폭 완화되었지만, 여전히 소득과 재산 기준이 엄격하여 비수급 빈곤층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급여 수준의 적정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2023년 4인 가구 생계급여 기준액은 162만 원으로, 이는 최저임금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실질적 보장에 한계를 보여준다.
4. 사회복지사의 역할 및 개입방안
4.1 권리옹호자로서의 역할 강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으로 사회복지사의 역할은 시혜적 서비스 제공자에서 권리옹호자로 전환되었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의 수급권을 보장하고, 정당한 권리 행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률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함께 권리 중심 실천(rights-based practice) 접근법을 습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수급 신청 과정에서의 절차적 권리 보장, 부당한 급여 중단이나 감액에 대한 이의제기 지원,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권 보장 등이 핵심 업무가 된다. 또한 클라이언트가 스스로 권리를 인식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임파워먼트 접근을 활용해야 한다.
4.2 통합적 사례관리 접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급여의 종류를 다각화하여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 등을 포괄적으로 제공한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사는 개별 급여에 대한 단편적 접근이 아닌 통합적 사례관리를 통해 클라이언트의 종합적 욕구를 파악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자활사업과 연계하여 단순한 소득보장을 넘어 자립 지원까지 포괄하는 장기적 개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생활보호법 시기의 소극적 보호에서 벗어나 적극적 탈빈곤 지원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4.3 정책개발 및 개선 활동
사회복지사는 현장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개선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권리성이 완전히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실천현장의 목소리가 정책 과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클라이언트의 권익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사회정책의 개발과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윤리강령, 2023)
4.4 윤리적 딜레마와 실천 한계
권리 중심 실천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는 다양한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권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클라이언트의 자기결정권과 가족관계 보호 간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제한된 예산과 자원 하에서 선별적 서비스 제공의 공정성 문제도 지속적인 고민거리이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윤리적 성찰과 슈퍼비전이 필요하며, 동료와의 사례 검토를 통해 전문적 판단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위한 거시적 개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5. 결론 및 제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생활보호법과 비교하여 사회보장수급권의 본질적 전환을 가져왔다. 시혜적 구제에서 권리로서의 급여로, 직권보호에서 신청권 보장으로, 자의적 지원에서 법정 급여로의 변화는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획기적 발전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 낮은 급여 수준, 비수급 빈곤층 문제 등의 한계가 존재한다. 진정한 의미의 사회보장수급권 실현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폐지, 급여 수준의 현실화, 대상자 선정기준의 합리적 개선이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권리옹호자, 통합적 사례관리자, 정책개선 참여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또한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성찰적 실천을 통해 클라이언트의 진정한 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포용적 복지국가 건설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 김태성, 성경륭. (2023). 복지국가론 (제4판). 나남출판.
- 보건복지부. (2023). 2022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 세종: 보건복지부.
- 이현주, 정은희, 김미곤. (2022). 기초생활보장제도 20년 평가와 발전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 한국사회보장학회. (2024). 사회보장수급권의 이론과 실제. 한국사회보장학, 40(1), 45-72.
- Esping-Andersen, G. (1990). The Three Worlds of Welfare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